[헨리X슈미츠] 작센 특수 수사팀 시즌1

의사를 봐야 한다는 조언에 따라 헨리는 그와 가장 친한 의사를 찾아가기로 했다. “왜, 뭐.” “야, 친구인데 좀.” “뭔데, 귀찮으니까 꺼져.” 정말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한 빅터의 모습에 헨리가 한숨을 쉬었다. “나 진료 좀 해줘.” “뭐? 그런 거면 병원 가.” “싫어. 너도 의사잖아.” 그의 집 문을 결국 비집고 들어간 헨리는 현관을 지나 편안해 보...

수사팀의 팀장이란 자리는 어떤 때엔 참 거추장스러웠다. 슈미츠는 지금이 그런 때라고 생각했다. 마음 같아서는 에리히가 수술 중에 있는 병원으로 가고 싶었지만 보고서 작성이 꽤나 밀려 있었다. 보통 때라면 에리히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지만 지금은 그녀 혼자였다. 마음이 급해 피가 묻은 겉 옷만 대강 벗어두고 보고서 작성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였다. “검시 보...

위이잉 타다닥다닥- 가벼운 타자소리와 기계음이 조용히 가득 찬 이곳은 헉슬리의 공간이었다. 경관들이 보내오는 메일 알림음이 연속적으로 울리고 있었다. 인물들 확인하는 것은 헉슬리에겐 일도 아니었지만 문제는 오타였다. 경관들이 오프라인에서 확인하고 보내오는 것이기에 오타가 빈번하게 발생했고 그건 생각보다 큰 골치거리였다. 방금 그는 92세 할아버지 이름을 확...

부임한지 이제 한 달을 갓 넘긴 테일러 경사는 긴장감에 침을 삼켰다. 무려 연쇄 살인 사건이란다. 그냥 살인도 아니고 연쇄 살인. 폴리스 라인 경계를 철저히 하라는 선임의 지시에 따라 근처에 오는 모든 것에 눈빛 레이져를 쏘는 중이었다. (심지어 다람쥐나 새와 눈싸움까지 벌였다.) 그런 그의 눈에 현장 근처로 다가오는 검은색 마세라티 쿠페 차량이 띄었다. ...

“합!” 팡- 팡- 이른 새벽, 대련실에서 기합소리와 함께 샌드백 소리가 울렸다. 오랜만에 몸도 풀 겸 대련실에 온 슈미츠는 선객이 있음을 알아차리고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이런 새벽에 와서 운동을 할만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표정이 풀어졌다. 검은 머리를 높게 올려 묶은 엘리자베스였다. “엘.” “엇, 팀장님.” 꽤나 오랫동안 샌드백을 ...

“정말 매번 이렇게 자야 하는 거야?” 다음날 아침, 헨리가 투덜거리며 어제의 조사실로 들어섰다. 그들은 모두 숙직실에서 대강 잠을 청하고 나온 상태였다. “예산 배정이 안돼서 그래요. 좀만 참으세요, 교수님.” 그보다 일찍 나와 어제 슈미츠가 지시한 일을 하고 있던 엘리자베스가 그를 달래듯 부드럽게 말했으나 헨리는 여전히 불만스러운 얼굴이었다. 어제 그의...

“그럼, 에리히.” “네, 부장님.” “공식적으로 팀장이다.” 슈미츠의 호칭 정정에 에리히가 머쓱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어제 이미 고지 받았는데 입에 붙은 대로 부르다 보니 부장님 호칭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와, 그럼 팀장님 승진하신 거죠?” 헉슬리가 해맑게 말하자 엘리자베스가 팔꿈치로 툭 쳤다. 헉슬리는 약간 억울한 표정이었지만 엘리자베스가 무서운 얼...

“오늘 수업은 130페이지, 권위에의 복종이다. 관련해서 예습해온 학생?” 금발의 미중년 교수가 부드럽게 입을 열자, 중간쯤 앉아있던 한 여학생이 손을 들었다. “그래, 라벤자.” “1961년 예일 대학의 심리학과 밀그램 조교수가 계획한 실험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을 학살한 이들에 대한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한 것입니다.” “정확하다. 다들 받아 적도...